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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 실험과 한국 생산성 패러다임의 변화

용영서연 2025. 6. 19. 11:32

'주 4일 근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 4일 근무제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업에서는 인재 유치 전략으로, 지자체에서는 행정 혁신을 위한 시도로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시행에 들어간 곳도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 가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워라밸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 4일 근무제를 둘러싼 국내외 실험 사례와 그에 따른 생산성 변화, 제도 시행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 4일제 실험과 한국 생산성 패러다임의 변화
주 4일제 실험과 한국 생산성 패러다임의 변화

주 4일제 실험은 어디까지 왔을까?

첫째, 국내에서는 아직 주 4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자체와 일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 완주군에서는 업무 효율성과 주민 만족도 평가를 위해 일부 행정기관에서 주 4일 근무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산하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간 부문에서도 IT 및 콘텐츠 산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주 1일 재택근무 또는 휴식’ 트렌드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일찍이 주 4.5일 근무를 시도한 '우아한형제들'은 이후 다양한 업무 효율화 실험을 통해 근무 체계를 유연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자란다'는 실제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결과, 직원들의 피로도가 줄고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2022년 영국에서 실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제 실험은 매우 인상적인 결과를 남겼습니다. 6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이 실험에서 90% 이상이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됐다”고 답했으며, 이직률은 줄고 직원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덜 일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근로시간의 효율성과 집중도가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처럼 주 4일제는 단순한 복지의 개념을 넘어, 일의 방식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미래형 근무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생산성은 줄지 않을까?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의문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도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실험 결과는 물론, 한국 내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사례들도 근무시간 단축이 곧 업무성과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핵심은 “시간의 양”보다 “집중도와 효율성”입니다. 주 5일제 체제에서는 업무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그 안에 회의, 보고서,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집중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주 4일제는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 업무를 집중해서 처리하려는 동기 부여가 생기고, 불필요한 절차가 줄어들어 오히려 전체적인 업무 완성도는 향상될 수 있습니다.

주 4일 근무제는 조직 문화에도 변화를 요구합니다. 단순히 하루를 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협업하는 방식,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므로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산업과 직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병원, 제조, 소매업과 같이 24시간 직원을 필요로 하는 업종에서는 인력 재배치 및 인건비 상승이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특성과 기업 규모에 따라 주 4일 근무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제도화 가능성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주 4일제의 전면적인 법제화는 아직 요원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에서 주 4일제의 확대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주 4.5일제 시범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도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임금 구조와 인건비 부담입니다. 근무시간이 줄더라도 동일한 급여를 유지하려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정부의 세제 지원이나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산업 간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IT와 금융, 전문직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은 빠르게 전환할 수 있지만, 전통 제조업이나 서비스 업종은 구조상 쉽게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좋은 일자리’와 ‘힘든 일자리’ 간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개인적으로는 책임감 있고 자기 주도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집중력과 스케줄링 기술은 짧은 시간에 동일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또한 남는 시간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자기계발, 가족 돌봄, 여가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진정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기업은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 회의 문화 혁신, 성과 기반 평가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며, 정부는 법적 기반 마련과 함께 산업별 혁신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주 4일 근무제는 단순히 하루만 덜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일하는 방식,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 삶에 접근하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이제는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얼마나 효율적이고 의미 있게 일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주 4일 근무제를 둘러싼 다양한 실험과 논의는 이러한 변화의 신호이며, 우리나라의 미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